- 노조의 결정에 대하여 -
자명한 논리이며 오히려 군더더기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제안을 수준이하로 평가절하하신 몇 몇 분의 글을 읽고 조금은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워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7월이면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실시됩니다만 제도만 시행되고 실행은 제대로 되지 못할 거라는 우려마저 들 정도로 실제로 너무도 준비되지 않은 주5일 근무제의 부담이 우리 도청노조에 내재하고 있습니다.
쉴 때 쉬어야만 일이 된다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변치 않는 믿음과 확신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날 지키기와 휴일근무 안하기가 여전히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한 일이 아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노동조합에서도 일관되게 보여준 노력들이 있었지만 휴일 및 가정의 날 근무시간 이후의 인터넷 차단이라는 특단의 제안은 이 절실한 시점에서 장고 끝에 내려놓은 고육지책의 하나였다고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넷 차단이라는 내용 자체만 가지고는 실망하시거나 불쾌하셨을 수 도 있었을 것입니다. 더 물러나 야근의 당위성 내지 일종의 사명감의 발로라고 까지 여기는 견해에서조차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합비가 아깝다”, “생각없이 쉬운 길로만 간다” 등등의 매몰찬 표현에 아! 이런 걸 독선이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노조에서는 일방적으로 결론을 결정해 놓고 시책들을 제안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열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토론을 통하여 결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걸음이 느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 문제는 역설적으로 야근에 가까운 긴 시간의 토론을 통하여 결론을 추출해 낸 것인데 자기와 생각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억지라고 몰아붙이는 데에는 찬성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야근 없이는 개인의 발전도 조국의 발전도 없다는 식의 논리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완강한 엘리트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던지 아니면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 같았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야근하지 않는 것이 개인의 발전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며 조국을 퇴보시키는 자로 낙인 찍는 것이냐는 노골적인 반대논리조차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요?
야근이 곧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임하신다고 하더라도 부디 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역행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차단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총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