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잔인함

생각과 글 2005. 4. 29. 17:46
--황무지--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이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 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 흔든다

차라리 우리는 겨울이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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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 S 엘리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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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이 주위의 아름다움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때 그 아름다움은 차라리 잔인한 것이다.


4월이면 늘 듣던 '4월은 잔인한 달'의 출처로 유명한 황무지의 첫부분이다.

정말로 4월이 잔인한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당시의 시대적 공감에 따른 것일 것이지만
요즘은 그동안 흔히 응용 또는 인용되는 만큼 개인적으로도 기후적으로도 잔인했던 4월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아니 그 차이는 당시의 시대적 공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전쟁의 폐허나, 비참한 현실들이 차라리 흰눈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겨울이 마음에 편했을 것을

괜시리 꽃피우는 아름다운 계절적 요인들이 가득이나 버겁고 힘든 삶을

내심더 초라하게 만들었을지 모를 그 시대적 상황이나

툭하면 일어나는 산불로 인하여 삶의 터전을 날려보내는 정신적인 면을 모두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잔인한 우리나라의 이 4월이나 다를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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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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