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레몬차

한 쌍의 연인이 커피숍에서 말다툼을 벌였는데 서로 자기의 주장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남자는 화가 나서 가 버렸고 여자는 홀로 남아서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심란해진 여자는 앞에 놓인 레몬차를 휘저으면서 울분을 터뜨리듯이 레몬 조각을 스푼으로 찧었다. 레몬이 뭉개지면서 레몬 껍질의 쓴 맛이 차에 섞여 버렸다.


여자는 종업원을 불러서 껍질을 벗긴 레몬을 넣은 차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고, 종업원은 시원한 레몬차 한 잔을 다시 내왔다. 하지만 레몬차 속의 레몬은 여전히 껍질이 있는 것이었다. 여자는 화가 나서 다시 종업원을 불러서 꾸짖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레몬 껍질을 물 속에 충분히 담가두면 쓴 맛이 레몬차 속에 용해되어 시원하고 감미로운 맛을 내게 된다는 것을 알고 계세요? 그러니 조급하게 레몬의 향기를 짜내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혼탁해질 뿐 차의 맛을 망치게 됩니다.


종업원의 말이 가슴에 와 닿은 그녀는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레몬향이 가장 좋게 우러나는지 물었다. 12시간이 지나면 레몬이 자신의 향을 전부 방출하므로 가장 좋은 맛의 레몬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걸 마시려면 당신은 12시간의 기다림을 투자해야만 합니다. 차를 우려내는 일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12시간의 인내와 기다림을 가지고 생각해 본다면 생각했던 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여자는 레몬차를 보며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레몬차를 만들어 보았다. 12시간 후, 그녀는 이제껏 마셔보지 못 했던 가장 맛있는 레몬차를 맛보았다. 레몬이 차에 완전히 용해되어야만 이와 같은 완벽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여자가 문을 열자 남자친구가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날 용서해 줄래? 그는 떠듬떠듬 말했다. 그녀는 웃으며 그를 데리고 들어와 레몬차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큰 문제를 만나게 되든 간에 서로 화내지 말고 이 레몬차를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왜 레몬차를 생각해야 해? 남자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말했다. 왜냐하면 인내심을 가지고 12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야.


레몬차의 비결은 그녀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레몬차의 아름다운 맛과 함께 삶의 아름다움도 함께 맛보았다. 그녀는 항상 종업원의 이 말을 기억했다. 만약 당신이 3분 안에 레몬의 맛을 전부 짜내고자 한다면 차를 더 쓰고 혼탁하게 만들 뿐입니다.


삶은 레몬차 처럼 기다리며 섬세하게 맛 봐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라도 누군가를 기다리지 못해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면 다시한번 레몬차를 마셔보자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좋지않을까요.

* 루시화 지음, 인생의 레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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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자마자 엉뚱하게도 중학교때 보았던 하노버 스트리트란 영화가 생각났더랬습니다.


지금은 그 내용을 다 알지 못합니다만 전쟁으로 인하여 흩어지는 인연을 떠나보내며 남자는 "헤어질 수 있을 만큼 사랑해"라는 말로 감정의 나머지를 감추고 여자는 "홍차를 마실 때 마다 당신이 생각날 거예요"라고 여운을 남기던 마지막 장면의 느낌은 정말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그 홍차가 어쩌면 레몬홍차였는지 모르지만……


하노버 스트리트라는 영화는(명확지는 않지만) 독일군의 공습으로 인하여 방공호에 대피하면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주인공 남녀가 급속히 사랑에 빠지면서 어찌할 수 없이 인생이 흔들려 버리게 되고 운명적으로 또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요. 어쩌자고 이런 스토리가 중학생 입장가였는지는 규명하기 어렵지만 전쟁이 아니라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을 미모의 유부녀가 맞게 되는 일탈과 아픈 고통보다 그들의 인생에서 그때보다 더이상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영화의 말미에 강하게 들었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것도 You win some, you lose some.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요?


12시간의 인내심과 레몬차의 단맛, 결국은 쓰라릴 수 밖에 없을 현재의 달콤함 이 두가지는 본말이 같은 종류일 것입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까요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니 레몬차 이야기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커피숍이 더 풍부한 경영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고객에게 인내심을 강요하지 않고 가장 숙성된 제품을 내어 놓았을 것입니다.

소비를 하면서도 학습을 강요받아야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내공이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사무관님 글 잘 읽었는데요 종래에는 딴지가 되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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