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글
갈 사람은 가야만 하겠지만
HJJH
2004. 10. 9. 11:03
누군가의 이름을 들으면 그것도 오랫만에 듣는 이름이라면
그에 대한 기억들이 강했던 것 부터 먼저 떠오른다.
이를테면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부터 떠오르는 것처럼
어저께 종민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몇 년이나 됐을까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억나지 않는 상태라면 최소한 5년은 넘었으리라
나를 확인한 후 이내 "저는 이종민이라는 사람입니다."하고 특유의 그만의 멘트가 나왔다.
"이게 누구야 정말 반갑다.
나를 이토록 죄스럽게 만들다니 난 그동안 연락도 안하고 뭐했는지 몰라"
군대시절 얘기다.
갓 입대하여 6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친 직후 우리에게는 2박3일간의 위로휴가가 실시됐었다.
진해에서 서울까지가는 특별열차편에 동기들과 함께 가면서
그것도 야간열차인데도 잠시도 쉬지않고 노래노래하며 갔었다.
그러다가 어느덧 대전역에 도착할 무렵 내리려고 준비하는 동기들이 웅성거릴 때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평소에도 종민이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한 친구가
민해경의 '사랑은 이제 그만'이라는 노래를 시작했다.
몇 소절 다같이 따라하다가 '갈 사람은 가야만 하겠지만' 이라는 소절이 나왔다.
그 때 분위기와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 떨어졌던지........
종민이 생각 하는데 20년전의 엉뚱한 기억이갑자기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