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만 풍부하게 만들었던 사건 - 3
17일 CT가 있었날 조그마한문제가 있었다. 조영제를 삽입하기 전 피부테스트가 있었는데 그 미량의 주사액에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메스꺼움, 쏟아지는 식은 땀 등....
막 진단실로 들어가기 전이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었지만 견기기 힘든 정도였는데 내 이름을 호명하면서나를 본 간호사는 갑자기 놀라며 나를 침대에 눕히고 서둘러 혈압을 체크했다.
이내 조용하던 CT실이 갑자기 부선해진 것이다. 혈압이 70-40 갑작스러운 쇼크에 큰일이라며주치의 선생님을 호출하고 응급실에 전화하는 그 난리통에도 난되면서 이러다가오늘 CT를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며, 조금 아득해지긴 했지만 이게 쇼크인가? 정말 내가 오늘 CT에 너무나 긴장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생쇼의 주인공이 되다니 하는 생각들이 마구 스쳐가고 있었다.
한참 후 간호사에게 피부테스트는 괜찮나요? 라고 물었더니 팔을 걷어보더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조영제 부작용도 아닌데 주위의 많은 사람들 놀라게 해놓고 갑가기 호출되어온 주치의 선생님께는 오늘 검사때문에 제가 너무 nervous 했었나 봅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꼴깝까지 떨었으니........
어쨌든 조영제 없이 그냥 검사를 진행했다. 나중에 판독이 곤란하다면 다시 조영제 맞고 하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냥 진행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내가 우겼기 때문이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면서 간호사와 선생님께 머리숙여 사과했다. 갑자기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긴장하고 있었나 봅니다. 라고
그런데 "괜찮습니다. 여긴 병원인데요" 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더 부끄러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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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월요일 그날은 왠지 전혀 긴장도 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편안하기만 했다.
진단결과를 미리 알지도 못하지만 정말 왠지........
"예전 어릴 때 결핵을 앓은 적이 있으시네요. 임파선이 뭉쳐져 있는 부분이 보이시죠? 그것은 결핵균 때문에 몸이 저항했던 흔적입니다. 결절의 흔적은 이미 석회화가 진행이 됐습니다. 우려하시던 결과가 아닌 것 분명하지만 현재의 소견으로는 결핵이 다시 올 확률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몇가지 주의하실 사항과 전조증상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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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비로소 아내와 가족들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