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글

의사봉 3타의 의미

HJJH 2006. 2. 23. 15:44

오늘(2. 20) 제2차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할 때 의사봉의 봉과 망치가 서로 분리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불과 나흘전 제1차 교육사회위원회의 산회 선포시에 마지막 3타째에서 서로 분리되었던 것과 꼭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 겁니다. 이 두 경우 모두 2타에서 그쳤다면 부러지지 않았을 의사봉이었는데 굳이 “의사봉 3타”여서 이런 일이 발생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회의체에서 의사봉의 사용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gavel [gaevl]로 표기하는 영어에서도 gavel to gavel 이라는 숙어가 (회의의) 시작에서 끝까지 라는 뜻을 담고 있듯이 의사봉을 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경우만은 아닙니다. 의원님들을 모시고 외국의 의회를 갔었을 때 위원장이 의원들을 대표하여 의장석에 앉아 의사봉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던 기억도 있으니까요.
법원에서도 의사봉(명칭이 다를 수 있음)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의회(광역, 기초)로 대표되는 회의체에서는 개의 및 산회의 선포시, 정회 및 속개의 선포시, 의안의 상정시, 표결의 선포시, 의결내용 선포시에 의사봉을 삼타하고 있으며 우리 도의회에서는 회의진행안(시나리오)에 별도로 표기하여 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이나 의장께서 의사봉 3타를빠트리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다녀온 국회사무처의 교육에서 잠깐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던 이 의사봉3타에 대한 갖은 설 중에서 가장 유력했고 공감도 많았던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3이 완성, 최고, 안정, 신성, 종합성 등으로 인식되며 서양의 삼위일체, 삼각형구도 또한 완성과 안정을 뜻하는 것처럼 그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전 이만섭 국회의장께서 “처음 한번은 야당의 의견을 두 번째는 여당의 의견을 세 번째는 의견의 합일을 뜻하기 위하여 삼타를 한다”라고 주장했다는 의견 등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나름대로의 설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봉 3타의 의미라는 것은 각 의사진행의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 회의진행의 법적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국회법이나 기타 어떤 규정에도 의사봉의 법적 효력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는 것이 없으며, 포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의사봉은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 도의회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하고많은 국회의 헤프닝 중에서 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사봉을 뺏거나 감추거나 했던 그런 일들이 법적인 효력만을 따진다면 생쇼에 불과했던 것이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시하거나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며 오랜 의회의 관습이며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근사하게 만드는 것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 며칠간 의회에서 일어났던 헤프닝에 미루어 짐작하면 2~3만원 (받침대를 제외한 의사봉만의 가격)하는 의사봉의 내구연한이 너무 짧은 것은 혹 아닐까요?